본문 바로가기
  •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
알기 쉬운 과학 이야기

태양의 비밀을 밝히다: 우주청, 코로나 온도 변화 세계 최초 포착

by hokahoka9 2025. 6. 17.
반응형

태양은 인류에게 빛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생명의 원천이지만, 그 내부와 외부 대기층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은 여전히 많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태양의 가장 바깥 대기층인 ‘코로나(corona)’는 표면보다 수백 배 이상 뜨거운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과학자들에게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여겨져 왔죠.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이 이 코로나의 온도 변화를 세계 최초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CODEX, 태양의 베일을 걷다

이번 성과의 주인공은 바로 ‘코로나그래프 CODEX(Coronal Diagnostic Experiment)’입니다. CODEX는 우주청과 한국천문연구원, 그리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개발한 첨단 관측 장비로, 태양의 밝은 광구면을 차폐한 뒤 그 바깥의 희미한 코로나를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기존의 코로나그래프는 주로 코로나의 밀도 정보만을 제공했지만, CODEX는 협대역 필터와 고해상도 편광카메라 기술을 활용해 태양 반경의 약 3~8배 범위에 걸친 코로나에서 온도와 속도 정보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태양 대기의 역동적인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죠.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첫 관측

CODEX는 2024년 11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 X 로켓을 통해 발사되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되었습니다. 이후 시험 운영을 거쳐 2025년 2월 17일부터 본격적인 관측을 시작했고, 마침내 6월 11일, 태양 코로나의 온도 및 속도 변화가 담긴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2월 23일 관측된 영상에서는 ‘스트리머(streamer)’라 불리는 밝은 빛줄기 구조가 뚜렷하게 포착되었고, 이 주변의 온도 분포가 색상 그래프로 시각화되었습니다. 붉은색은 고온 영역, 파란색은 저온 영역을 나타내며, 이를 통해 코로나 내부의 열적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왜 이 발견이 중요한가?

태양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 분포는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서, 태양풍(solar wind)의 기원과 지구에 미치는 영향까지 예측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태양풍은 지구의 자기장과 상호작용하여 오로라를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위성 통신 장애나 전력망 마비 같은 우주기상재해를 유발하기도 하죠.

 

우주청은 이번 관측을 통해 태양풍을 구성하는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향후 우주기상 예측 모델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 국제 협력의 결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관측 기술의 진보를 넘어, 국제 협력의 모범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NASA와의 공동 개발, 스페이스X를 통한 발사, ISS에서의 운영까지—CODEX는 전 세계 과학기술이 하나로 모여 이룬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CODEX에 적용된 ‘픽셀분리형 편광카메라 플랫폼 기술’은 고해상도 영상에서 미세한 편광 정보를 정밀하게 분리·측정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향후 다양한 우주 관측 장비에 응용될 가능성도 큽니다.

 

태양 연구의 새로운 지평

우주청 임무본부장 존 리는 “이번 성과는 우주탐사 분야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국제협력의 좋은 예”라며, “태양 연구와 우주 환경 예측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우리는 태양이라는 거대한 별의 숨결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CODEX가 밝혀낸 코로나의 온도 변화는 단지 과학적 발견에 그치지 않고,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고 대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반응형